대통령의 정면돌파: 강선우 임명 강행의 막전막후
시계는 24일을 향해 째깍이고 있다. 정치적 폭풍의 눈이 된 한 이름, 그를 둘러싼 논란과 대통령의 선택을 깊이 들여다본다.
1. 데자뷔: 반복되는 '임명 강행'의 정치학
2025년 7월 22일,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시한은 24일까지. 이 장면은 마치 데자뷔처럼 익숙하다.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모습은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어 온 풍경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의 거센 반대 속에서 유은혜 당시 교육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 이번 결정 역시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여야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2. '강선우 리스크'의 실체: 무엇이 문제인가?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임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강선우 리스크'라 불리는 논란의 핵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의혹이 단편적이지 않고 여러 층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보좌진을 향한 '갑질' 의혹
가장 첨예한 논란은 '갑질' 의혹이다.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자택의 쓰레기 분리수거, 고장 난 변기 수리 등 사적인 업무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 이 문제는 인권과 평등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의 자격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물론,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까지 사퇴를 촉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이는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선 심각한 결격 사유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보여준다.
권한의 사유화? '징벌적 예산 삭감' 논란
더욱 논쟁적인 것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이끌게 될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징벌적'으로 삭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2021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원활한 국회 관련 업무 수행 및 정책 조정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의 30% 감액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심지어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자 강 후보자가 예산을 삭감했다"고 폭로하기까지 했다 . 이는 국회의원의 예산 심의권을 사적인 감정이나 압력의 도구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으며, 공직자로서의 윤리 의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끊이지 않는 재산 및 납세 문제
갑질 논란 외에도 재산 축소 신고, 남편의 스톡옵션 미신고, 장관 지명 후 종합소득세 '늑장 납부' 등 재산 형성 및 납세와 관련된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 이러한 문제들은 고위공직자 검증의 단골 메뉴이지만, 후보자의 도덕성과 준법정신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3. 대통령의 계산: 왜 '강선우 카드'를 포기하지 않는가?
이처럼 다층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왜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을 수 있다. 첫째, '인사 주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명이다. 야당과 여론의 압박에 밀려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선례를 남기지 않음으로써,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초반부터 확실히 잡겠다는 포석일 수 있다. 둘째, 후보자에 대한 신뢰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를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활동한 '정책전문가'"로 평가했다 . 제기된 의혹들을 '정치 공세' 혹은 '과장된 흠집 내기'로 규정하고,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더 높이 평가했을 가능성이다. 셋째, '현역 의원 불패 신화'의 연장선이다. 현역 의원은 선거를 통해 이미 국민의 검증을 한 차례 거쳤다는 인식이 있으며, 동료 의원들의 '온정주의'가 작용해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기 비교적 수월하다는 정치적 현실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4. 법과 현실의 경계: 임명을 가능케 하는 '10일'의 시간
"국회는 임명동의안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 부득이한 사유로 기간 내에 마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으며, 그 기간 내에도 송부되지 아니한 경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근거한다. 위 조항은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없더라도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법적 통로를 열어준다 . 대통령실이 24일까지라는 재송부 시한을 못 박은 것은, 이 시한이 지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임명하겠다는 최종 통보나 다름없다. 이는 법적 정당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적 동의와 정치적 정당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협치'를 강조해 온 새 정부의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5. 폭풍이 지나간 뒤: 남겨질 정치적 유산
강선우 후보자의 임명이 현실화된다면,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은 시작부터 큰 정치적 부채를 안고 출발하게 된다. 야당과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될 것이 자명하며, '불통'과 '오만'이라는 비판 프레임에 갇힐 위험이 크다. 또한, 갑질과 권한 남용 의혹을 안고 있는 인물이 인권과 평등을 다루는 부처의 수장이 된다는 상징성은 두고두고 정부의 도덕성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대통령의 '정면돌파'가 과연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강단 있는 결단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민심을 외면한 독선으로 평가받을지, 그 결과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인사가 향후 정국의 흐름을 결정할 중대한 분수령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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